단양초등학교 총동문회

    


제목: 기억 너머의 기억 ( 충청일보 칼럼)
이름: 배흥철 * http://www.소백산맥.kr


등록일: 2009-04-11 23:28
조회수: 3345 / 추천수: 824


우리의 기억 너머의 기억 속엔  단양, 친구,
삶의 연단이었던 가난, 승리를 향한 열정,
그리고 하늘을 향한 소망이...


   <충청일보 문화 칼럼>

   기억 너머의 기억
   충청북도교육청 장학사 이진영

  어쩌면 주름 잡힐 곳이 없어 귀바퀴까지 쭈글쭈글해졌을까. 거기에 무슨 살집이
있다고 빙 둘러가며 잔주름이 수없이 만들어지고는 쳐지기까지 하였다. 부처님
귀 같아서 복 많이 받을 거라던 귓불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하다.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주름진 것을 바라보며 나이 80에 저렇게 속절없이 늙는
육체임을 알게 된다. 좀 슬프다. 한 때는 팽팽한 살결을 자랑도 했을 것이고 심지어
는 언제나 시간이 빨리 지나 노인네처럼 편안해질까 고민하며 주체하지 못하는
젊음을 괴로워도 했을 것이다.

  요양원에 계신 치매 어머니 모습이다. 틈을 낸다고 하면서도 한 달에 한 번 밖에
못 간다. 같이 계시는 할머니들과 간병인들을 생각하며 좀 많은 양의 먹거리를 사들
고 가지만 잡수시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면 건강하실 때 더 해 드리지 못한 것이 맘
에 걸린다. 많이 잡숴봐야  바나나 반 토막이나 귤 한 개, 요구르트 한 병 정도다.
그나마도 손수 잡수시는 것이 어려워 먹여드려야 한다. 완전히 아기다.

  아들인 나도 알아보지 못하나 자꾸 이것저것 물어본다. 밥은 잡수셨나고, 어디
아픈 데는 없냐고, 오늘은 얼굴이 좋아 보인다고... 왜 배는 고프지 않으며, 아픈 데
가 왜 없겠고, 무슨 얼굴이 좋아 보일까만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에게 자꾸 말을
시킨다. 어떨 때는 '아야' 라는 외마디 소리라도 듣고 싶어 꼬집을 때가 있지만 그것
도 본능적인 반응일 뿐 나에 대한 대답은 아닐 것이다.

  아무 것도 혼자 못하지만 음식을 받아 잡수실 때나 마주 보고 있을 때에 쉴새없이
혼자 하는 동작이 있는데 그것은 오른 손으로 방바닥을 걸레질 하듯 문지르는 것이
다. 그 동작은 정신이 온전하셨을 때에도 쉼없이 우리 자식들에게 보여 주셨던 동작
이었다. 젊어서부터 과부로 살며 몸단속에 남다른 신경을 썼을 것이다. 장사를 하느
라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으니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청소와 빨래에 몸과 맘을 바빴
을 것이다. 그리고 어린 4남매가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며 방을 어지럽히는 것이
참 힘드셨을 것이다.

  '숱한 발모가지들이 흙을 묻혀 와 방을 더럽혔구나, 이놈들!"

  혹은 부지깽이를 흔들며 야단치기도 하고 혹은 방 빗자루를 거꾸로 잡고 위협했지
만 욕만 하셨지 때리지는 않았던 분이다. 그리곤 냅다 도망친 뒷자리를 그렇게 닦으
셨던 것이다.


  짧다고는 하나 인생 80을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했으랴. 그 숱한 기억들
을 아득한 저편으로 다 떠나보내고 무심히 살아가는 치매의 머릿속에 아직도 붙들
고 있는 걸레질은 무슨 의미일까.

  의학적으로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만 아마도 많은 삶의 여정 중에서 유독 이 걸레
질이 어머니를 세파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동작이었을 것이다. 남에게 책잡히지
않으려고 허름한 집일망정 항상 깨끗이 닦으셨다. 쓸고 닦고 쓸고 닦기를 얼마나
했던 것일까. 고독한 밤에는 자고 있는 자식들 몰래 일어나 또 얼마나 많은 청소를
감당했던 것일까. 그렇게 하루종일 시장바닥에 앉아 장사를 하고 와도 항상 집이
깨끗했던 이유는 그런 가슴 아린 행위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중 좀 잘
살게 되어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게 되었을 즈음에도 그치지 않고 행했던 동작임을
이제야 알게 된다.

  나는 나중에 늙고 병들어 내 몸을 나 혼자 추스르지 못하게 될 때 무슨 동작을
하게 될까. 내가 다른 이와 자식들을 위해 한 것이 무엇일까. 내 한 몸 먹고 살기에
급급해 하며 바삐 살아오기만 한 것은 아닐까. 지금 봉사활동이랍시고 하고 있는 것이
실은 나를 드러내기 위한 위장된 언행이 아닐까. 자식에게 행하는 사랑의 표현도
나의 채우지 못한 꿈을 닦달하는 것은 아닐까.

  쏜살같이 지나버리는 인생이지만 아직도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참
딱하다. 삶의 불꽃이 다 되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행하게 될 동작이 남을 감싸안고
따뜻하게 위로하는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

  가만히보면 삶의 과정 중에 감동적으로 각인된 기억이 오래 남는 것이다. 그것도
어릴 때에 익힌 동작이 전 생애를 지배하는 것이며 그 기본 동작 위에 다른 경험들
이 덧입혀져서 좀 세련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일 터이다.

  학생들에게도 좀더 어린 나이에 좀더 철저히 감동적인 기본을 익혀주어야 한다.


  '기본이 바로 선 일류 충북교육' 이라는 생활지도 목표는 치매가 되었을 때도 이
사회를 따뜻하게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모든 교육과정과 교육행정에 더 많은 기본
교육이 강조되어야 하고 그것은 감동적이어야 한다.

  글 / 이진영 (단양초56회)      옮긴이 / 배흥철 (단양초5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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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흥철 후배님에 글을보니 고향도 멀리하고 어며니 곁을 멀리떠나 살고 있는 나 자신이 매우 가슴이 아프고
부모님에 대한 죄스러움을 말할수가 없네요.....
그냥 가슴에 흐르는 눈물을 불효와 함께 삼켜 마실수 밖에.....
잠시 인간사가 빌려온 것 이기에 소중하게 쓰고 다른이 한데 빌려 줘야 하는데~
제데로 갈고 닦지않은 내 자신을 빌려 주기엔 부족함이 너무 많은것 같아요~
2009-04-19
02:15:38
이도화
어머니는 내기억에서 멀어진 단어지만 어머니 저세상 보내시고 16년을 홀로 지내시다 몇해전 세상뜨신
아버지의모습이 떠오르는군요 어쩜 그리도 깔끔하고 정갈하시던 분이 그런 (치매)란 병으로 노후를 보내셨는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픔니다 이글을 읽으면서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한 아버지께 죄송할뿐임니다
사랑은 받으면 주는것이라는데 자식에게도 그사랑 다 갚지못하고 사는건아닌지 옛날을 기억하면서...
2009-06-08
07: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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